전력 시장의 변화 - ① | 시장 변화의 촉매제
전력 시장의 변화 - ① | 시장 변화의 촉매제
2023. 9. 2.
전기를 생산하고, 조달하고, 이를 판매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이를 회사 한 곳이 담당하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과정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여 이를 여러 회사들이 나누어 담당하기도 합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발전, 송전, 배전, 판매의 전 과정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담당하여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독점체제인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여 효율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2001년에는 한전의 발전 부문이 6개 회사로 분할되고 이에 맞추어 발전사들이 입찰할 수 있는 변동비반영시장(Cost Based Generation Pool)이 도입되었습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에 따르자면 한전은 전체 4단계에 걸쳐 전 부문이 분할되고, 전력 시장 또한 구매자와 판매자가 입찰할 수 있는 양방향 전력시장(Two Way Bidding Pool)로 변화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계획의 중단으로 인해 한국의 전력산업은 한국전력공사의 발전부문만이 분할된 변동비반영시장 체제 그대로 20년이 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던 한국의 전력시장에 조만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시장 변화의 촉매제 - 재생에너지 자원의 증가
그림1. 변동비반영시장의 운영 스케쥴
기존의 변동비반영시장은 하루전시장(Day Ahead Market) 방식에 기반하여 그림1과 같은 스케쥴로 운영되어왔습니다. 요약하자면, 발전사들은 발전일 D-1에 원하는 발전량을 입찰하고, 이를 제출 받은 전력거래소는 발전일의 예측 수요, 발전기별 우선순위, 계통 상황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 뒤 발전 D-day의 발전사별 매 시간 발전량을 확정하여 고지하는 방식입니다. 변동비반영시장은 그동안 국내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반이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전력시장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석탄, 원자력, 석유, 가스를 발전원으로 삼는 기존 발전기들 대다수가 컨트롤이 가능한 자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발전기들은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출력 또한 무척 안정적입니다. 그러니 발전일 D-1부터 발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기존 발전기 중 몇 종류는 실제 발전 과정에서 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력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발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발전 계획이 좀 틀어질지라도 전력거래소의 지시를 실시간으로 따를 수 있고, 거꾸로 발전기가 발전 계획을 따르지 못할 때에는 책임을 물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원들은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출력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고,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기존 발전원처럼 계통의 문제에 맞추어 출력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인버터와 같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하루전시장 형태의 변동비반영시장에는 아무래도 좀 적합하지 않은 자원으로 보는 게 맞겠죠. 발전 계획을 따르지 못할 때 책임을 물리기도 어렵고요.
한국전력시장에서 비중앙급전발전원으로 분류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실제로도 전력계통의 안정도 유지에 대한 책임이 무척 적습니다. 나서서 입찰을 할 필요도 없고, 발전 계획 미이행에 따라 페널티를 받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발전한 전력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정해진 계통한계가격으로 정산을 받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판매로 부가 수입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출력이 예측보다 적은 경우에는, 재생에너지 발전기들이 아닌 기존 발전기들이 계획보다 출력을 높여 부족분을 메꿔야 합니다. 기존 발전기들의 추가 발전량에 대해서는 현재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라 보상을 해주고는 있지만, 이 보상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 정신에 맞추어, 분산자원 활성화 등 여러 정책 방안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비중을 2030년 21.6%, 2036년 30.6%까지 높인다고 합니다.[2] 현재의 전력계통 운영 방식 대로라면, 기존 발전기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원들의 예측과는 다른 발전 상황에 대비하여 출력을 좀 줄이고 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해 보이지 않나요?
[1]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 산업자원부, 1999.
[2]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 산업통상자원부, 2023.
전기를 생산하고, 조달하고, 이를 판매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이를 회사 한 곳이 담당하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과정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여 이를 여러 회사들이 나누어 담당하기도 합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발전, 송전, 배전, 판매의 전 과정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담당하여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독점체제인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여 효율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2001년에는 한전의 발전 부문이 6개 회사로 분할되고 이에 맞추어 발전사들이 입찰할 수 있는 변동비반영시장(Cost Based Generation Pool)이 도입되었습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에 따르자면 한전은 전체 4단계에 걸쳐 전 부문이 분할되고, 전력 시장 또한 구매자와 판매자가 입찰할 수 있는 양방향 전력시장(Two Way Bidding Pool)로 변화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계획의 중단으로 인해 한국의 전력산업은 한국전력공사의 발전부문만이 분할된 변동비반영시장 체제 그대로 20년이 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던 한국의 전력시장에 조만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시장 변화의 촉매제 - 재생에너지 자원의 증가
그림1. 변동비반영시장의 운영 스케쥴
기존의 변동비반영시장은 하루전시장(Day Ahead Market) 방식에 기반하여 그림1과 같은 스케쥴로 운영되어왔습니다. 요약하자면, 발전사들은 발전일 D-1에 원하는 발전량을 입찰하고, 이를 제출 받은 전력거래소는 발전일의 예측 수요, 발전기별 우선순위, 계통 상황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 뒤 발전 D-day의 발전사별 매 시간 발전량을 확정하여 고지하는 방식입니다. 변동비반영시장은 그동안 국내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반이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전력시장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석탄, 원자력, 석유, 가스를 발전원으로 삼는 기존 발전기들 대다수가 컨트롤이 가능한 자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발전기들은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출력 또한 무척 안정적입니다. 그러니 발전일 D-1부터 발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기존 발전기 중 몇 종류는 실제 발전 과정에서 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력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발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발전 계획이 좀 틀어질지라도 전력거래소의 지시를 실시간으로 따를 수 있고, 거꾸로 발전기가 발전 계획을 따르지 못할 때에는 책임을 물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원들은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출력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고,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기존 발전원처럼 계통의 문제에 맞추어 출력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인버터와 같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하루전시장 형태의 변동비반영시장에는 아무래도 좀 적합하지 않은 자원으로 보는 게 맞겠죠. 발전 계획을 따르지 못할 때 책임을 물리기도 어렵고요.
한국전력시장에서 비중앙급전발전원으로 분류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실제로도 전력계통의 안정도 유지에 대한 책임이 무척 적습니다. 나서서 입찰을 할 필요도 없고, 발전 계획 미이행에 따라 페널티를 받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발전한 전력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정해진 계통한계가격으로 정산을 받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판매로 부가 수입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출력이 예측보다 적은 경우에는, 재생에너지 발전기들이 아닌 기존 발전기들이 계획보다 출력을 높여 부족분을 메꿔야 합니다. 기존 발전기들의 추가 발전량에 대해서는 현재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라 보상을 해주고는 있지만, 이 보상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 정신에 맞추어, 분산자원 활성화 등 여러 정책 방안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비중을 2030년 21.6%, 2036년 30.6%까지 높인다고 합니다.[2] 현재의 전력계통 운영 방식 대로라면, 기존 발전기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원들의 예측과는 다른 발전 상황에 대비하여 출력을 좀 줄이고 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해 보이지 않나요?
[1]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 산업자원부, 1999.
[2]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 산업통상자원부, 2023.